2024년 07월 11일 목요일

 

여는 기도

내 마음이 주님의 증거에만 몰두하게 하시고, 내 마음이 탐욕으로 치닫지 않게 해주십시오.

 

40 나병 환자 한 사람이 예수께로 와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간청하였다. “선생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나를 깨끗하게 해주실 수 있습니다.”

41 예수께서 그를 불쌍히 여기시고,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주마. 깨끗하게 되어라.”

42 곧 나병이 그에게서 떠나고, 그는 깨끗하게 되었다.

43 예수께서 단단히 이르시고, 곧 그를 보내셨다.

44 그 때에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가서, 제사장에게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하게 된 것에 대하여 모세가 명령한 것을 바쳐서, 사람들에게 증거로 삼도록 하여라.”

45 그러나 그는 나가서, 모든 일을 널리 알리고, 그 이야기를 퍼뜨렸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드러나게 동네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 곳에 머물러 계셨다. 그래도 사람들이 사방에서 예수께로 모여들었다.

 

주석

41절. 성경에서는 나병에 걸린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격리하도록 규정했다(레 13:45-46). 그래서 나병환자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으며, 건강한 사람은 나병환자들을 무시하기를 좋아했다. 나병환자에게 손을 대는 일은 금지되었으며,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불쾌하게 여겼다(IVP 배경주석).

 

44절. 고침을 받은 사람에게 몸을 제사장에게 보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명령은 레위기 13-14장의 요구에 부합한다. 이에 따르면 나병에서 나은 사람이 아무런 제약 없이 유대인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제사장에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IVP 성경비평주석).

 

[오늘의 묵상]

# 나병환자

제자들과 마을을 옮겨 다니며 말씀을 전한다. 

여전히 하나님 나라의 말씀을 들어야 할 사람들이 많다. 

하나님 나라가 이미 왔으며 예수님의 등장이 이를 증명한다는 말씀은 어디에서나 충격이었다. 

그 말씀 자체도 힘이 있고 능력이 있었지만, 그 말씀 뒤에 귀신들이 떠나가고 병든 자들이 일어나는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 특히 제자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이 흐른다. 

새로운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기적같은 일들이 많이 벌어졌지만, 나병 환자의 고침은 모두에게 기억될만한 것이었다. 

그가 등장하자 모든 사람들이 길을 터 주었다. 

그를 만지는 것, 그와 몸이 닿는 것, 그 모든 것이 죄가 되었다. 

하나님께 저주 받은 사람, 그와 눈 마추지는 것조차 거부하곤 했다. 

그는 언제나 왕따였고 외톨이였다. 

병을 앓고 나서는 집에 들어가 가족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언제 몸의 살과 뼈가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 

가족들도 그를 피하고, 겨우 음식만 갖다 줄 뿐이다. 

가축,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점점 자신을 비하한다. 

자존감은 지하로 내려갔고, 자신감은 장롱 밑으로 쳐박혔다. 

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것이 나았다. 

친구도 가족도 없는 외톨이. 

 

멀리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예수라는 분의 등장으로 온 마을이 시끄러웠다. 

귀신 들렸던 사람들이 나앗다고 쑥덕쑥덕이다. 

열병도 낫고, 앉은뱅이도 나앗단다. 

그렇다면 이 지긋지긋한 병도 고칠 수 있는 거 아닐까! 

실낱 같은 희망을 품는다.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좁은 방구석에서 몸을 일으켜 쪽문을 끼이익 연다. 

쏟아지는 태양 빛에 눈을 들 수가 없다. 

입과 코를 감쌓던 누더기 천으로 끌어 올려 눈을 가린다. 

온 몸에 칭칭 감고 있는 회색옷은 원래의 색이 바래서 회색인지 카키색인지 분간이 안된다. 

멀리서 사람들이 그의 등장에 놀라 그를 피해 돌아 지나친다. 

천천히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랜만에 걸었던니 발 날이 아프다. 

아킬레스건도 뻐근하니 발목이 잘 안돌간다. 

그래도 터벅터벅 걸어간다. 

아이들이 놀란다. 

오랜만에 나병 환자를 대낮에 본 사람들은 흠칫흠칫 눈을 흘기며 옆으로 피한다. 

저쪽에 흙먼지가 많이 나는 곳이 보인다. 

누군가 연설을 하는 듯 보인다. 

사람들 중에 우는 자들도 있다. 

감사를 표하는 사람, 눈물을 흘리는 사람, 박수를 치는 사람… 

뭔가 일어나는 것이 틀림없다. 

 

“그래 마지막 희망을 걸어봐야지”
그에게로 다가간다. 

아람어로 구약 성경을 읽고, 설명하는 분이 보인다. 

때때로 설명과 명령이 반복되고, 그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군중이 갈라진다. 나병 환자를 봤기 때문이다. 

모두들 숨을 죽인다. 

홍해가 갈라지듯 옆으로 늘어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꽂힌다. 

부끄러움이야 병이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달고 살았다. 

부끄러움을 이기는 힘은 죽고 싶었기 때문에 나온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기에 부끄러움을 개의치 않는다. 

무릎도 편치 않다. 

물집이 잡힌 무릎을 땅바닥에 꿇어 미끌어지듯 앞으로 나아간다. 

 

“선생인,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어느 순간 조용히 그의 행동을 지켜 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을 하신다. 

바로 그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다. 

저주받은 죄인의 몸에 손을 댔다. 

상상 밖의 일이었다. 

이제까지 말로만으로도 병도 고치고, 귀신도 내쫓았다.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되었다. 

모두들 충격적인 장면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벌어진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래 그렇게 해 주겠소. 몸아 깨끗해져라”

몸에 댄 손을 떼지 않으셨다. 

도리어 그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듯 등으로 어루만졌다. 

충격의 도가니. 

그러자 그의 몸이 화끈거렸다. 

잘려나갔던 그의 코가 회복되고, 손가락이 다시 자랐다. 

발톱이 오르고, 새끼 발가락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몸이 회복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도 알고 예수님도 알고 주변의 사람들도 알았다. 

그는 깨끗하게 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탄성이 흘러 나왔다. 

또 하나의 기적이 터진 것이다. 

 

“당신의 몸을 제사장에게 보이시오. 그리고 오늘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예수님의 다정한 당부의 말이 전해졌다. 

그는 흥분되었다. 

놀라운 기적에 어쩔 줄 몰랐다.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사장에게는 물론이고, 가족이며 친구며 모두에게 이 기적을 이야기해야 했다. 

이제 더 이상의 외로움은 끝났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일이 남았다. 

기쁨의 소식을 말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자신을 고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시다.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계속 외치고 또 외쳤다. 

예수님이 진정한 의사였다. 

 

나병환자를 만졌으니, 아무리 병을 고쳤다해도, 유대 율법에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야했다. 

마을 중심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나병환자가 예수님이 자신을 만졌으며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다녔기 때문에, 도리어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예수님은 저주받은 죄인이야”

참으로 황당하다. 

병을 고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부정적인 배척의 네이밍이었다. 

“저주받은 죄인”

그의 병과 함께 저주를 자신의 것으로 삼으셨다. 

그가 이 세상이 오신 이유다. 

인간의 죄를 대신 지시러 오셨다. 

마을 중심으로 못 들어가도 괜찮다. 

외딴 곳도 예수님이 계시면 중심이 된다. 

사람들은 결국 예수님을 찾는다. 

죄인들의 죄를 자신의 것으로 삼으시는 주님, 

그분의 능력이 이제 서서히 세상에 나타난다. 

참 능력은 병고치는 능력이 아니라, 죄와 저주를 대신 짊어지는 능력이다. 

 

 

[오늘의 기도]

오 예수님, 

죄인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대신 저주를 받으신 주님, 

당신이 낮아지심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습니다. 

당신이 대신 저주를 받으셨으니, 우리가 고침을 입었습니다. 

더는 죄와 저주의 노예가 아닙니다. 

이제는 해방과 자유의 사람입니다. 

자유를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죄에서 구원하셨으니, 그 기쁨으로 일상을 살아갑니다. 

 

이 기쁨을 끝까지 전하게 하소서. 

죄의 종으로 외로움으로 두려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전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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