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이상문학상 대상자의 자선 소설
[내용 요약]
치영은 페기 단계에 놓인 돌봄 로봇 안드로이드 요시를 돌보고 있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저장 센터에 맡겼지만,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다시 꺼내오기로 결정한다.
엄마와는 소통이 단절된지는 오래다.
요시를 돌보면서 로봇의 이야기를 듣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 많다.
요시는 자신이 돌봤던 현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한다.
요시가 폐기되어야 할 이유는 벌써 사용기한이 100년이 다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번 사용시 “과보호”라는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요시는 여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외형과 기능을 갖고 있었지만, 폐기의 단계를 밟고 있었다.
치영은 다시 찾은 기억 때문에 점점 고통스러운 순간을 겪는다.
엄마가 방에 꼭꼭 틀어박혀 있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운전할 때 벌어진 교통사고로 언니를 잃었고, 그 뒤로 치영과 엄마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치영은 자신의 기억을 센터에 맡겼음에도 우울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치영과 요시는 서로의 맛을 보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여기서 맛이란 서로의 피부 맛, 혹은 피맛인데, 요상한 방식이라기보다는 의료적 행위에 가깝다.
요시의 “과보호”란 너무 사람다워져서 사람의 자리를 대체했던 것이었다.
이제 치영에겐 요시가 너무 필요한 존재가 되었으며, 그의 엄마에게도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그들이 함께 있을 때, 회복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단상]
예소연은 등단한지 4년만에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있는 작가다.
대상작은 “그 개와 혁명”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8328336
“마음 깊은 숨”은 인간과 로봇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의 발전을 통해 자신들과 그 주변 인물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이야기다.
미래에 구현될 세상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쓰여진다.
돌봄 로봇, 기억 저장 센터, 기억 회복 시술, 로봇 폐기 돌봄 노동 등…
미래에 실현될 과학기술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이 자신을 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 기억을 꺼내어 저장소에 보관한다.
고통의 유예 그리고 회피.
작가는 회피라는 말보다 유예라는 말을 썼다.
아마도 고통은 회피한다고 완전히 피해지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고통은 그저 뒤로 밀릴 뿐이다.
그 고통을 미루는 것은 현재 잠시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얻기 위해서다.
그 숨쉴 수 있는 공간 속에 등장한 대상이 바로 요시다.
폐기 단계를 밟고 있는 요시를 돌보면서 치영은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간다.
돌봄 로봇을 돌보는 사람, 이것만으로도 역설적인데, 돌보면서 스스로 돌봄받는 상황, 이것도 역설적이다.
이 두 가지 역설이 소설 전체를 끌고 간다.
기억이 되살아나니 고통도 부활한다.
엄마의 상황도 이해가 되고, 자신과 엄마의 관계도 이해가 된다.
언니의 죽음이 원인이었던 것.
치영은 언니를 정말 많이 사랑했으리라.
그 슬픔의 고통을 잊고자 그 기억 전체를 저장 센터에 맡겼을 것이다.
이제 그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다시 삶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요시 때문이었다.
요시는 서로 맛을 보자고 한다.
인지 기능이야 로봇에게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서로의 맛을 보는 것은 좀더 다른 차원이다.
치영은 요시의 인조피부의 맛을 보고, 요시는 치영의 손가락 끝에 맺힌 피맛을 본다.
요시의 행위는 체한 아이를 위한 그 옛날 할머니들의 민간 요법을 닮았다.
팔을 쓰다듬어 피가 손끝에 몰리면 소독된 바늘로 콕 찔러 피를 낸다.
검은 피가 나오면 어김없이 할머니는 말했다.
“이것 보렴. 피가 검잖니. 많이 체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속트림이 올라오고 체기가 내려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저자는 요시의 행위로 인해 치영과 그의 엄마의 체기가 회복되어 감을 보여준다.
요시는 용도 폐기되어야 할 퇴물이 아니라 여전히 사람을 회복시키는 돌봄 로봇이었다.
그렇게 치영도 엄마도 점점 회복되고 서로의 관계도 나아진다.
치영의 마지막 말은 이 소설이 인간 회복의 주제를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이제야 나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지금으로선 언니를 지키는 일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치영은 고통을 유예했다.
사람들은 그 유예를 게으른 자의 변명이며 용기 없는 자의 회피라고 하겠지만, 저자는 유예를 통해 기회가 오고 그 기회가 회복으로 나아가는 길, 즉 자기 마음을 지키는 길로 나아가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한 사람이 자기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마음을 지킬 때,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돌볼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돌봄이 중요해지는 시대.
남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나의 마음을 잘 돌봐야 한다.
마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운동이고, 글쓰기고, 기도고, 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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