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21일 금요일

 

여는 기도

아버지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주의 성도들에게 평화를 내려주소서.

 

38 사울은 자기의 군장비로 다윗을 무장시켜 주었다. 머리에는 놋투구를 씌워 주고, 몸에는 갑옷을 입혀 주었다.39 다윗은, 허리에 사울의 칼까지 차고, 시험삼아 몇 걸음 걸어 본 다음에, 사울에게 “이런 무장에는 제가 익숙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무장을 한 채로는 걸어갈 수도 없습니다” 하고는 그것을 다 벗었다. 그렇게 무장을 해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40 그런 다음에, 다윗은 목동의 지팡이를 들고, 시냇가에서 돌 다섯 개를 골라서, 자기가 메고 다니던 목동의 도구인 주머니에 집어 넣은 다음, 자기가 쓰던 무릿매를 손에 들고, 그 블레셋 사람에게 가까이 나아갔다.

 

주석

38절. 다윗이 왕의 갑옷을 입고 나가면, 군인들은 왕이 직접 나간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사울은 사람들이 다윗을 자신으로 오인하기를 바랐을 수도 있다(IVP 성경배경주석, 440쪽).

 

[오늘의 묵상]

 

1. 사울의 장비

 

사울은 전투에 나가는 다윗을 위해 자신의 전투 도구들로 그를 무장시켜 준다. 

사울의 심리를 상상해 본다. 

크게 두 가지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하나는 다윗에게 왕의 권위를 실어 그의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함이다. 

왕의 장비를 가지고 나가면 그 자체로 영예로운 일일 것이다. 

왕이 신뢰를 보내고 권위를 부여하면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울은 다윗이 비록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작은 가능성에라도 희망을 걸기 위해서는 그에게 최대한의 용기와 격려가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하나는 성경배경주석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왕의 장비를 통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왕이 직접 전투에 임하고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함이다. 

이스라엘의 사기는 바닥을 찍고 있었다. 

더불어 사울의 인기와 권위도 하락하고 있었다. 

골리앗의 도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왕을 보는 부하 군인들의 마음엔 왕에 대한 실망이 그득했다. 

그들에게 왕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왕의 모습을 한 다윗을 내보내는 것이 필요했다. 

 

2. 다윗의 장비

 

사울이 빌려준 전투 도구들은 다윗에게 맞지 않는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에 불과했다. 

갑옷도 너무 무겁고, 투구는 머리를 짓눌렀으며, 칼은 바르게 잡는 법도 잘 몰랐다. 

걷기도 불편했다. 

이런 장비로는 싸움은 보나마나였다. 

익숙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하느니 위력을 적을지라도 익숙한 돌팔매가 나았다. 

 

다윗의 장비는 쉽고 간단했다. 

그는 자신이 원래 잘 사용하던 지팡이와 돌팔매질을 위한 무릿매를 들고 나갔다. 

시냇가에서 돌 다섯 개를 챙기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걸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돌맹이 다섯 개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다윗의 장비는 과거 맹수들을 물리칠 때 사용했던 것들이다. 

다윗의 확신은 과거 하나님의 구출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그 때 사용했던 장비를 가지고 나가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훨씬 나았다. 

하나님이 예전에 일하셨던 그대로 지금도 일하시리라 믿었던 것이다. 

과거 하나님과의 관계가 현재를 좌우하고 있다. 

과거가 현재를 살린다. 

 

3. 나의 장비

 

일상은 작은 전쟁터다. 

골리앗이 있고, 내 삶에 대한 무시와 조롱이 있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곳곳에 그어진다. 

내편 니편이 있고,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두려움이 엄습하고, 좌절과 절망이 스며든다. 

그럼에도 다시 나아가 싸워야 한다. 

전략을 짜야 하고, 누군가를 속여야 한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끝까지 남는 자가 승리자가 되기도 한다. 

 

싸움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면에서도 일어난다. 

자책감, 죄책감, 비교의식, 불안, 걱정, 미움, 분노, 욕망… 

내면의 나와 싸워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과거에 나를 도우셨던 하나님이 지금도 나를 인도하신다. 

과거에 그분이 도우실 때, 내가 사용했던 방법과 장비가 익숙하기 마련이다. 

너무 급격한 방식의 변화, 장비의 변화는 도리어 몸을 둔하게 만들고 싸움의 의욕을 꺾는다.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내가 썼던 방법을 즐겁게 쓰는 것이 낫다. 

과거의 경험과 방식이 절대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연습했던 것, 익숙하게 사용했던 것을 기본으로 삼는 것이 옳다. 

 

신앙과 삶에 있어서 내가 오랫동안 사용한 것이 바로 묵상과 에세이다.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과 그분의 세계에 머문다. 

그 머뭄 속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을 차분히 적어본다. 

통성기도도 부르짖는 기도도 침묵기도도 다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가장 익숙한 것은 말씀에 머물며 에세이를 쓰는 것이었다. 

기도문을 작성하는 것도 익숙하다. 

이것들이 나의 신앙과 삶의 장비다. 

 

전쟁터와 같은 일상의 삶에서 중요한 도구는 달리기와 기도다. 

달리기와 기도(묵상, 에세이, 기도문)는 중요하고 익숙한 장비다. 

이 장비를 가지고 일상의 많은 전투를 치렀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때로 조금씩 특별한 장비를 사용해보고 훈련해보고 싶다. 

그것도 신선하고 즐거운 일이다. 

 

[오늘의 기도]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 

모든 전투에 능하신 하나님, 

일상의 전투가 끊이질 않습니다. 

생각과 생각이 말과 말이 서로 부딪혀 날카로운 굉음임 끊이질 않습니다. 

그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지만, 불가피한 경우가 있습니다. 

저의 전투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게 하소서. 

그리고 용기있게 그 싸움에 임하게 하소서. 

무엇보다 그동안 하나님께서 도우셨던 때를 기억하고 그 때 사용했던 방식이나 장비들을 잘 구사하도록 이끄소서. 

 

기도와 달리기로 삶의 루틴을 만들어가게 하소서.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하여져서 주님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 되게 하소서. 

고통받고 연약한 자들을 잘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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