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름다운 섬마을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아이유와 박보검의 등장부터가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사랑의 환타지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별로 보고싶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공개될수록 이 이야기는 한 인생 전체가 담겼음이 드러났다. 젊은 청년들의 사랑이 아니라 인생 전체에 걸친 삶과 사랑이었다. 이야기 구성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시청하기 시작했다. 

 

2. 1950-60년의 제주가 처음 이야기의 배경이다. 전쟁의 참화와 제주 4.3. 사건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곳, 가족의 죽음으로 생계는 위협받고 가난이 대물림 되던 곳, 제주는 그런 곳이었다. 엄마는 딸 애순을 남기고 재혼을 해야 했고 생계를 위해 잠녀(해녀)의 삶을 살아야 했다. 애순은 엄마를 잊지 못하니 하루가 멀다하고 엄마를 찾아왔다. 작은 아버지에게 맡겨진 애순은 눈치밥을 먹어야 했고, 푸대접을 받아야 했다. 생선가게 아들인 관식은 그런 애순을 아꼈고 보호했다. 억척스러운 엄마로부터 깊은 사랑을 경험한 애순은 힘겨운 삶 속에서도 문학 소녀의 꿈을 꾸며 당차고 야무지게 자라간다. 

 

3. 애순은 엄마의 죽음 이후 어쩔 수 없이 동생들을 키우며 살아야 했다. 애순 곁엔 무쇠처럼 무겁고 든든한 관식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허나 새아버지가 다시 새엄마를 데리고 오면서 애순은 더 이상 그 집에서 살 수 없게 되고,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는 고아가 된다. 애순은 관식과 함께 부산으로 야반도주를 감행하지만, 사기를 당한 뒤에 다시 제주로 붙잡혀 온다. 우여곡절 끝에 애순과 관식은 결혼하게 되고, 딸 금명이를 낳는다. 

 

4. 시리즈의 모든 내용을 요약할 작정은 아니다. 초반부의 이야기는 애뜻하고 사랑스럽고 설렌다. 인생의 봄에 해당된다. 유채꽃 밭에서의 꼼냥꼼냥은 아이유와 박보검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장면들이다. 노란 유채꽃 밭에서 풋풋한 사랑이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장 아름다운 자연 속에 가장 아름다운 청춘이 서로를 붙들고 있다. 영화관에서 보면 더욱 아름다웠을 드넓은 유채꽃 밭의 푸른 청춘. 어려웠던 시절이 더 이상 고달프지 않도록 덮어준다. 

 

5. 이야기가 여기서 멈춘다면 이 드라마는 그저 청춘 사랑 이야기에 끝났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일생에 걸친 삶과 사랑의 대서사시가 되기 위해 이제 여름, 가을, 겨울로 나아가야 한다. 오애순과 양관식의 자녀들, 금명, 은명, 동명이 어떻게 가족이 되어 가난과 상실의 시기를 극복하는지가 남아있다. 1950년대에서 시작해서 2025년까지 애순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한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16부에 담아낸다. 그 점이 감동적이다. 70-80년의 긴 시간이 흐른다. 현재와 과거, 현실과 회상이 교차한다. 여전히 애순과 관식은 서로 깊이 사랑하고, 자녀들을 위해 더 깊이 헌신하다. 희노애락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내려간다. 좋은 일이 있은 뒤 시련의 시기가 닥쳐온다. 그 모든 시기를 애순과 관식은 지치지 않는 사랑으로 이겨나간다. 

 

6.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떠오른다. 가난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상경하여 미싱공장에서 어린 노동자로 살아야 했던 어머니, 5남1녀의 막내로 태어나 일찍 어머님을 여의고 중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상경하여 미싱 공장의 여공 관리자로 일하셨던 아버지, 그렇게 1970년대 초에 두 분은 섬유 공장에서 만나 결혼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상태로 나를 낳으셨다. 내리 삼형제를 낳았기에 엄마는 아이들을 돌보셔야 했다. 아버지만의 월급으로는 항상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두 분이 어떻게 만나고 사랑했는지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하지만 가난 속에서 자식들만큼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좋은 교육을 시켜야겠다는 결심만은 무수히 많이 들었다. 

 

7. 금명이가 서울대에 합격하고 부모의 큰 기쁨이 되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과외와 알바를 쉬지 않아야 했고 원하던 유학길이 좌절 되는 상황 속에서 부모에게 서서히 짜증을 부리는 장면은 잊히지가 않는다. 내 모습을 너무나 빼닮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엔 웬만한 시험은 100점을 맞았고, 중고교 시절에도 반에서 1, 2등, 전교에서도 10등 안에 들었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서였다. 어머니의 기쁜 표정은 나의 성적표와 상장에 달린 것처럼 보였다. 고려대에 합격하고 과외와 학업과 교회 생활을 병행하면서 점점 지쳐가는 나 자신을 봤다.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음 속의 불편함과 짜증은 점점 늘어갔다. 금명이처럼 쏘아부치지는 못했지만, 나의 내면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다. 결국 군대로 도피했다. 

 

8. “폭삭 속았수다”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께 드리는 헌사다. 

 

너무나 어렸고, 

여전히 여린 그들의 계절에 

미안함과 감사, 깊은 존경을 담아 

 

폭싹 속았수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이 시가 이 드마라의 주제다. 나의 엄마는 나를 22살에 낳으셨다. 둘째를 24, 셋째를 26에 낳으신 셈이다. 아빠는 27에 나를 낳으셨다.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섬유공장, 중동 건설 노동자, 자동차 카 센터, 농기계 판매, 운전 기사 등등 쉬지 않고 돈을 벌어오셨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오셨다. 지금도 나에게 박사학위 따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물어보신다. 자신이 대주고 싶다 하신다. 그분들은 참 어렸고, 지금도 여리시다. 하지만 자녀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끝이 없다. 매일 밤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자녀들, 자손들을 위해 이름 하나 하나를 불러가며 기도를 드리신다. 이러니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울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엄마 아빠의 이야기며, 그렇기에 내 이야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9. 인생의 일대기를 드라마로 그려줘서 너무 고맙다.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신실하고 헌신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맙다. 16부작이 길어 보이지 않고 600억의 제작비가 아깝지 않다. 아버지 관식의 사랑은 나의 아버지를 떠오르게 하고, 하늘 아버지를 기억나게 한다. 한결같은 신실하고 헌신적인 사랑의 이야기는 생명과 회복의 이야기다. 현실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한결같은 사랑 이야기를 끄집어 내어 생명의 기운으로 씌운 뒤에 디시 마음의 밭에 뿌리니 인간 존재가 봄의 유채꽃처럼 피어난다. ‘미스터션사인’ 이후 최고의 드라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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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11일 금요일

 

여는 기도

아버지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주의 성도들에게 평화를 내려주소서.

 

10 다윗이 거기를 떠나, 그 날로 사울에게서 도망하여,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갔다.11 아기스의 신하들이 왕에게 보고하였다. “이 사람은 분명히 저 나라의 왕 다윗입니다. 이 사람을 두고서, 저 나라의 백성이 춤을 추며, 이렇게 노래하였습니다. ‘사울은 수천 명을 죽이고, 다윗은 수만 명을 죽였다.’”12 다윗은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뜨끔했다. 그는 가드 왕 아기스 옆에 있는 것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3 그래서 그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는 미친 척을 하였다. 그들에게 잡혀 있는 동안 그는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여 성문 문짝 위에 아무렇게나 글자를 긁적거리기도 하고, 수염에 침을 질질 흘리기도 하였다.14 그러자 아기스가 신하들에게 소리쳤다. “아니, 미친 녀석이 아니냐? 왜 저런 자를 나에게 끌어 왔느냐?15 나에게 미치광이가 부족해서 저런 자까지 데려다가 내 앞에서 미친 짓을 하게 하느냐? 왕궁에 저런 자까지 들어와 있어야 하느냐?”

 

주석

10절. 다윗은 아마 블레셋 용병으로 일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는 블레셋 사람들이 뛰어난 군인인 자신을 적으로 대하는 대신, 자신들의 편이 되어 싸우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IVP 성경배경주석 구약, 444쪽).

 

[오늘의 묵상]

 

1. 아기스에게 도망가는 다윗 

사울의 위협이 도를 넘어서자 다윗은 안전한 처소를 찾기 시작했다. 

자신의 적이었던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도망쳤다. 

이 부분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다른 왕국으로 도망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굳이 자신이 오랫동안 전투를 통해 많은 사상자를 낸 블레셋으로 투항한단 말인가? 

골리앗도 블레셋 장수였다. 

다윗이 이스라엘 내에서 명예를 얻게 된 것도 블레셋과의 전투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는 블레셋으로 망명을 떠났는가? 

사울의 위협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장소라서? 

원수의 나라에 투항함으로써 확실히 사울을 배반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이 결정에 있어서 하나님은 어디에 계실까? 

블레셋으로 망명을 떠나는 다윗에게 하나님은 어떤 말씀을 주셨을까? 

그것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자신의 운신을 결정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도리어 정확한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움직인다기보다도 일단 자신의 상황에서 스스로 최선을 다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든 경우에 하나님의 뜻을 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자신의 앞날을 결정함에 있어서 하나님의 뜻을 따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어떤 일을 중심으로 살아야 하는가? 

누굴 만나야 하고, 무슨 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가? 

안식월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묻어 두었던 질문들을 다시 꺼낸다. 

 

 

2. 미친 척 하는 다윗 

다윗은 생존형 리더다. 

일단 자신이 살아야 했다. 

생존하기 위해서 미친 척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이 미친 척도 대강해서는 누구도 속일 수 없다. 

골리앗을 죽였던 다윗, 

사울의 위협으로 망명을 시도한 다윗, 

조금만 그의 상황을 파악했다면 그를 의심의 눈초리로 살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아기스의 신하들의 조언은 참으로 적절하다. 

물론 다윗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소개한 것은 과장되었다. 

아직 다윗은 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망이나 다윗이 그동안 펼친 행적 등을 두루 고려할 때, 신하들이 다윗을 위험 인물로 소개한 것은 적절하다. 

 

다윗은 아기스 왕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에 쌓여 미친 척을 했다. 

다윗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나님이 이 상황에서 어떤 말씀을 주셨을지도 잘 모르겠다. 

미친 척 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윗은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누구라도 속을 수 있도록 제대로 미친 연기를 펼쳤다는 것이다. 

 

지금 시대에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는 당연해보인다.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하는 가운데 그분을 억지로 요청하는 것은 모두에게 독이 된다. 

그분이 정말 계시는지 그래서 이 세상에 개입하시는지 자꾸 확인해야 한다. 

그분이 숨어계시니 어쩔 수가 없다. 

확연히 드러내셔서 당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시지 않으시니 사람으로서는 계속해서 의문이 들고 의심이 든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인간은 생존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당장 살아야 한다.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 중요하다. 

위협하는 대적들을 무찌르거나 회피해야 한다.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하나님이 없다고 한다면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생존하고 그 생존을 위해 방어막을 펼쳐야 하며 그 방어막을 확대해야 한다. 

방어막 확대는 결국 누군가의 권리와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전쟁이다. 

하나님 없는 삶의 극단은 전쟁이다. 

 

그렇다고 경험되지 않는 하나님을 억지로 믿거나 있는 척 연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 고통스런 인간의 상황이여!! 

 

점점 다윗을 존경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다윗도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는 존재로 보인다. 

미친 척 할 것이 아니라 모세처럼 광야로 도망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적군에게 가서 목숨을 구걸하다니, 그걸 넘어 미친 척 하다니… 

내 성향에 안 맞는다. 

 

그럼에도 다윗에게 한 가지 부럽고도 본받고 싶은 것이 있다. 

그는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를 쓰고, 기도의 노래를 불렀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그를 붙들었다.

그의 믿음은 참으로 부럽다. 

 

하나님 경험이 끊어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분의 살아계심을 더욱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아지길 기도한다. 

나의 삶과 생각과 느낌과 죄악과 게으름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가로막지 않기를 소망한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결국 하나님 경험이 제게 최선임을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더욱 깊이 경험하게 하소서. 

이게 무너지면 저는 살아갈 힘을 잃습니다. 

저의 의문과 의심은 신학 실험실에서 이뤄지게 하소서. 

저의 존재는 당신의 존재에 뿌리를 내리게 하소서. 

더 깊이 뿌리를 내려 당신으로부터 오는 자양분을 빨아드리게 하소서. 

사탄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도록 저를 이끄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삼형제 중 첫째, 방 두 칸의 반지하. 

어린시절, 꿈 중의 하나는 아침 햇살 가득한 나만의 방을 갖는 것이었다. 

여름보다 겨울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겨울에 태어나서만은 아니었다. 

장마기간을 지나고 나면 벽에 물기가 먹어 눅눅함이 지나쳤다. 

겨울에 결로 현상으로 곰팡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가 여름이되면 집안 곳곳에 무한대로 번식했다. 

그래서 여름이 싫었고 겨울이 그나마 나았다.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은 청소년이 나뿐이었겠는가! 

영화 속 17세 여주인공, 우담은 9남매의 넷째로서 자기방을 끔찍히도 갖고 싶었다.

같은 반 친구이자, 19살 오빠의 여자친구인 경빈은 임신한 몸으로 우담의 집에 들어온다. 

결국 우담과 경빈이는 룸메이트가 되고 마는데, 이를 끔찍이도 싫어한 우담은 경빈의 태아가 지워지기를 바라기도 한다. 

경빈은 외롭고 우울한 가정사를 지니고 있었고, 경제적 이유로 우담의 집에 머물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결국 생명, 가정,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모든 줄거리를 여기다 쓸 수는 없으니, 이정도로 입을 닫자. 

 

첫째는 발달장애가 있지만 가족들의 사랑과 자신의 노력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 

둘째는 지옥같은 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20세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등장하는 인물이 다 9남매의 현실 속에서 애환을 겪지만 다복함을 경험했다. 

그 다복함은 좁은 공간에 서로 모여살아가는 가족에 의해서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감으로 성숙해간다. 

과거 대가족의 풍요로움이 현대적으로 해석된다. 

부모의 권위보다는 모두가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밝힌다. 

부모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혼내지 않고 대화하며 설득한다. 

이런 가족이 현대에 있을까 싶다. 

19세 고3과 17세 고1 사이에 생긴 아이에 대해 이토록 담담한 부모가 있을까 싶다.  

 

우담은 자기만의 방을 원했지만, 진정한 친구를 얻었다. 

아니 또 한 명의 식구를 얻었다. 

많은 식구로 인해 지옥처럼 여겼던 그 공간은 누군가의 안식처로 기능했다. 

그러니 지옥이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천국이다. 

생명이 소중히 여겨지고, 발달장애인도 살아내고, 버림 받은 청소년도 구출되는 10남매 가족 이야기. 

 

교회가 이러면 참 좋겠다 

 

** 대한민국의 2024년 가족 영화이다. 감독은 오세호이고, 김환희, 김리예, 김민규 등이 출연했다.
** 2024년 2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초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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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최경선, 군산새만금마라톤 국내 남녀부 우승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박민호(코오롱)와 최경선(제천시청)이 2025 군산새만금마라톤대회 국내 남녀부 정상에 올랐다.

www.yna.co.kr

 
4월 6일 주일 군산 새만큼 마라톤에 참가했다. 
누가 참가하자고 했던 것도 아니다. 
안식월 기간 동안 두 번의 풀코스 마라톤에 참가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고, 오래전에 신청했던 대회였다. 
4월 대회는 3월 1일 대회보다는 덜 춥고 그만큼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거라 믿었었다. 
믿음은 여지 없이 깨졌다. 
 
대회 전 3박 4일을 부모님과의 여행으로 보냈다. 
3월 31일 월요일부터 4월 3일까지 거제와 울산을 여행했다. 
우리집 일산에서 화도읍까지 거기서 거제까지 대략 6-7시간을 꼬박 운전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기능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오른쪽 다리의 피로를 피할 수는 없었다. 
거제에서도 계속 운전과 걷기의 연속이었다. 
4월 4일 역사적인 파면 선고가 있었다. 
기쁘고 즐거운 날이었건만, 그 다음 날 4월 5일 군산으로의 여행이 부담스러웠다. 
군산까지 가는 길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대회 시작은 신나고 순조로왔다. 
1만 2천명이 참석했다고 대회 주최측은 상당히 신난 목소리로 감사를 전했다. 
엘리트 선수들의 출발이 있었고 그 중에는 고양에서 참가한 선수도 있었다. 
고양 선수라 그런지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다. 
출발 후 1-2Km는 양호했다. 
심박도 140대를 유지했다. 
6-7km 지점을 통과하면서 오른쪽 무릎에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접고 필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잠시 쉬면서 무릎을 만지고 다시 뛰려고 하는데, 통증이 더욱 밀려왔다. 
조금 뛰다보면 괜찮을 거라 되뇌이며 달렸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10Km 지점을 통과하면서는 오늘 대회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전부터 아내와 장모님이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한 주 내내 여행하고 운전하면서 무리했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것도 좋겠다고 미리 우려를 전해 오셨다. 
장모님과 아내의 말이 마음 속에 계속 울렸다. 
그래도 11Km 지점을 통과해서는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도로변에 군산 시민들의 응원소리가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13Km를 통과하면서는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판단이 들었다. 
계속 뛰다가는 근육 손상을 넘어 근육 파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14Km지점에서 포기했다.
달리기 인생 최소의 DNF. 
급수대의 자원봉사분들에게 대회를 포기하고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무전기를 들고 계신 분이 엠뷸런스를 불러주셨다. 
추웠다. 
몸도 마음도. 
햇살은 따뜻했지만, 땀이 식으니 새만금의 바닷바람이 몸의 열기를 빼앗아 갔다. 
너무 추워서 앰뷸런스가 언제 오는지 재차 여쭸다. 
추위에 떠는 모습이 불쌍했는지 자원봉사 한 분이 담요를 가져왔다. 
"선생님, 제 차에 있던 담요인데요, 이거 덮고 기다리세요" 몸에 땀이 묻어 있으니, 참으로 미안한 일이었지만,
염치 불구하고 호의를 그대로 받았다. 
"감사합니다." 내 나이 49세 이 나이에 훨씬 어린 자원봉사자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어색했다. 
곧이어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담요를 받은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그분께 다가가 담요를 건네며 고맙다고 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 
이름이나 여쭤보는 건데... 
 
그렇게 나의 세 번째 풀코스는 끝났다. 
실패!!! 
달리기가 이렇게 어려운 운동이었는지... 
이제 다시 풀코스 도전을 할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윤석열 파면을 축하하면서 서브 4를 성공했다면 정말 보기 좋은 그림일거라 생각했었는데... 
아쉽기만 하다. 
 
그렇다고 배운 것이 없지는 않다. 
도저히 못할 것 같으며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근육이 파열될 수도 있고, 다시는 못 달릴 수도 있다. 
그러니 중도에 포기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자원봉사자의 자기 희생의 마음이 귀하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엘리트들이 35Km지점에서 어떻게 달리는지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정말 대단했다. 
지치지 않고 그 지점에서 그 속도로 달리는 모습이 인간 같지 않았다. 
그들의 노력과 자기 관리에 박수를 보낸다. 
 
아직 내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달릴 예정이다. 
천천히 오랫동안 달릴 예정이다. 
서브 4는 내게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선물이리라. 
 
https://gunsanmarat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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