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 중 첫째, 방 두 칸의 반지하.
어린시절, 꿈 중의 하나는 아침 햇살 가득한 나만의 방을 갖는 것이었다.
여름보다 겨울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겨울에 태어나서만은 아니었다.
장마기간을 지나고 나면 벽에 물기가 먹어 눅눅함이 지나쳤다.
겨울에 결로 현상으로 곰팡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가 여름이되면 집안 곳곳에 무한대로 번식했다.
그래서 여름이 싫었고 겨울이 그나마 나았다.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은 청소년이 나뿐이었겠는가!
영화 속 17세 여주인공, 우담은 9남매의 넷째로서 자기방을 끔찍히도 갖고 싶었다.
같은 반 친구이자, 19살 오빠의 여자친구인 경빈은 임신한 몸으로 우담의 집에 들어온다.
결국 우담과 경빈이는 룸메이트가 되고 마는데, 이를 끔찍이도 싫어한 우담은 경빈의 태아가 지워지기를 바라기도 한다.
경빈은 외롭고 우울한 가정사를 지니고 있었고, 경제적 이유로 우담의 집에 머물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결국 생명, 가정,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모든 줄거리를 여기다 쓸 수는 없으니, 이정도로 입을 닫자.
첫째는 발달장애가 있지만 가족들의 사랑과 자신의 노력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
둘째는 지옥같은 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20세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등장하는 인물이 다 9남매의 현실 속에서 애환을 겪지만 다복함을 경험했다.
그 다복함은 좁은 공간에 서로 모여살아가는 가족에 의해서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감으로 성숙해간다.
과거 대가족의 풍요로움이 현대적으로 해석된다.
부모의 권위보다는 모두가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밝힌다.
부모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혼내지 않고 대화하며 설득한다.
이런 가족이 현대에 있을까 싶다.
19세 고3과 17세 고1 사이에 생긴 아이에 대해 이토록 담담한 부모가 있을까 싶다.
우담은 자기만의 방을 원했지만, 진정한 친구를 얻었다.
아니 또 한 명의 식구를 얻었다.
많은 식구로 인해 지옥처럼 여겼던 그 공간은 누군가의 안식처로 기능했다.
그러니 지옥이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천국이다.
생명이 소중히 여겨지고, 발달장애인도 살아내고, 버림 받은 청소년도 구출되는 10남매 가족 이야기.
교회가 이러면 참 좋겠다
** 대한민국의 2024년 가족 영화이다. 감독은 오세호이고, 김환희, 김리예, 김민규 등이 출연했다.
** 2024년 2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초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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