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2월 09일 금요일

 

여는 기도

우리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1 예언자 엘리사가 예언자 수련생들 가운데서 한 사람을 불러 말하였다. “너는 허리를 단단히 묶고, 손에 이 기름병을 들고, 길르앗의 라못으로 가거라.2 거기에 가면, 그 곳에서 님시의 손자이며 여호사밧의 아들인 예후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안에 들어가, 그의 동료들 사이에서 그를 불러내어 밀실로 데리고 들어가거라.3 그리고 기름병을 기울여 그의 머리에 부으며 ‘나 주가 말한다. 내가 너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웠다’ 하고 말하여라. 그렇게 말한 다음에 너는 문을 열고 속히 도망하여라. 지체해서는 안 된다.”

 

4 그리하여 예언자의 시종인 그 젊은이가 길르앗의 라못으로 갔다.5 그가 도착하였을 때에, 그 곳에는 군대의 장군들이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장군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자 예후가 말하였다. “우리들 가운데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 겁니까?” 그 시종이 말하였다. “바로 장군님께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6 예후가 일어나서 집 안으로 들어가자, 예언자의 시종인 그 젊은이는 그의 머리에 기름을 부으며 말하였다. “나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말한다. 내가 너에게 기름을 부어,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웠다.7 너는 네가 섬기는 상전 아합의 가문을 쳐라. 나는 내 종들인 예언자들의 피와 또 주님의 다른 종들의 모든 피를 이세벨에게 갚으려고 한다.8 나는 아합의 가문을 모두 다 멸망시킬 것이다. 그렇다. 아합에게 속한 사람은 매인 사람이건 놓인 사람이건 가릴 것 없이, 남자는 누구나 이스라엘 안에서 끊어 버릴 것이다.9 나는 아합의 가문을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의 가문과 같이 만들고, 아히야의 아들 바아사의 가문과 같이 만들 것이다.10 그리고 개들이 이스르엘 땅 안에서 이세벨을 뜯어 먹을 것이다. 그를 매장할 사람조차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난 뒤에 예언자의 시종인 그 젊은이는 문을 열고 도망하였다.

 

11 예후가 왕의 신하들이 있는 데로 나오자,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좋은 소식이었소? 그 미친 녀석이 장군께는 무슨 일로 왔었소?” 예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장군들께서도 그 사람이 누구고, 그가 쓸데없이 떠들고 간 말이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을 것이라 믿소.”12 그러나 그들이 말하였다. “슬쩍 넘어가지 마시오. 우리에게 사실을 말해 주시오.” 예후가 대답하였다. “그의 말이, 주님께서 나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기름 부어 세웠다고 말씀하시었다고 하였소.”13 그러자 그들은 황급히 일어나, 각자 자기의 옷을 벗어서, 섬돌 위 예후의 발 아래에 깔고, 나팔을 불며 “예후께서 임금님이 되셨다” 하고 외쳤다.

 

주석

1절. “너는 허리를 단단히 묶고”는 어떤 행동을 위해 준비하라는 것을 의미한다(IVP 성경주석)

3절. 예후에 대한 예언은 하나님이 엘리야에게 지시하신 명령이었고 아합 가문의 멸망은 엘리야가 했던 예언이었다(왕상 19:15-16; 21:20-28). 이 모든 것은 엘리사의 제자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IVP 성경주석).

 

[오늘의 묵상]

1. 엘리사의 시종

엘리사 선생님이 갑자기 부르셨다. 

뭔가 중대한 말씀을 하려는 듯, 입술은 굳게 닫혔고, 양쪽으로 살짝 늘어졌다. 

시종을 바라보는 눈빛은 맑고 깊었다. 

잘 들으라며, 미리 언질을 주셨다. 

이미 그의 손에는 기름병이 들려 있었고, 시종은 혹시 자신에게 부으려고 하는지 순간 의심했다. 

“이 기름병을 들고 길르앗 라못으로 가라” 

길르앗 라못은 전쟁이 그치지 않는 곳이었다. 

북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국경에 위치한 도시로 한동안 시리아의 점령 속에 있었지만 최근 요람(북이스라엘)과 아하시야(남유다)이 합공하여 시리아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여호사밧의 아들 예후를 만나라, 그를 밀실로 데리고 가서, 이 기름을 그의 머리에 부어라. 그리고 ‘내가 너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웠다’라고 말하여라”

시종은 다리가 풀렸다.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요람 왕은 전투에서 부상을 입어 왕의 휴양지였던 이스르엘에 머물고 있다. 

이스르엘 지역은 예전에 아합왕과 이세벨이 나봇으로부터 그의 포도원을 강제로 빼앗았던 곳이다. 

부상당한 왕을 두고 전장의 장군에게 기름을 부어 왕으로 세우라니, 이건 반역이었다. 

시종은 정신이 아득했다.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전장의 장군을 불러 내기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런 일은 엘리사 선생님이 직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이 몰려왔고, 실제로 두려웠다. 

마지막 말이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그렇게 말한 다음에 너는 문을 열고 속히 도망하여라. 지체해서는 안 된다.”

왠지 생명 걸고 하라는 말을 들렸다. 

 

길르앗 라못으로 가는 내내 걱정이었다. 

기름병을 들고 가는 것 자체가 부담 100배였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미션이었다. 

그동안 선생님의 심부름을 실수없이 수행해 왔다. 

순종이라면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이건 뭔가 결이 다른 심부름이었다. 

이렇게 중차대한 일을 시종에게 시켰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길르앗 라못에 도착하니 과연 전장터였다. 

곳곳에 전쟁의 흔적이 선명하다. 

나무들이 꺾여 있었고, 불에 그을린 자국도 분명했다. 

돌에 묻은 핏자국도 아직 그대로였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으니 장군들이 모여 있는 지휘소가 어딘지 알려주었다. 

간첩이 아니라는 사실을 몇번이나 증명해야 했다. 

 

장군들의 회의 장소에 들어가기가 몇번이나 주저되었다. 

하지만, 엘리사가 섬기는 하나님, 그 하나님은 시종의 하나님이기도 했다. 

엘리사의 명령은 사람의 명령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이었다. 

용기를 내었다. 

과거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더 올라가 이스라엘의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특히 모세가 그랬던 것처럼 담대함을 떠올렸다. 

엘리사 선생님의 굳은 입술과 단호한 말들을 기억해냈다. 

 

“장군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미 누가 님시의 손자, 여호사밧의 아들, 예후인지 파악했다. 

그를 보며 말을 했지만, 그 자리에는 장군이 한 둘이 아니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군사 회의 중에 낯선 사람의 침범을 용인하기 쉽지 않는 법이다. 

그럼에도 예후는 그의 말을 듣기를 거부하지 않았다. 

“장군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와 함께 조용한 곳으로 가 주시죠” 

낯선 젊은이의 요청은 무례했다. 

전투중인 장군을 혼자 불러낸다? 

신원 파악이 확실하지 않은 민간인 복장의 한 젊은이와 같이 둘만 있는다?? 

 

무기를 소지했는지는 이미 검색이 끝난 상황이었다. 

장군이 민간인 청년의 말에 겁을 낼 일은 아니었다. 

시종을 불러 집안으로 들어갔다. 

둘만 있는 공간에 접어들자, 시종은 엘리사의 표정을 따라했다. 

그리고 기름병의 기름을 장군에게 부었다. 

예후는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그 행동의 기이함과 갑작스러움에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시종의 말은 더 가관이었다. 

‘당신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임명합니다. 아합의 왕가를 진멸하십시오. 이세벨은 개에게 물어 뜯길 겁니다.’

엘리사의 예언을 그대로 읊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말하느라 신경이 곤두섰다. 

예후 또한 그 말들을 들으면서 전율이 올랐다. 

하나님의 선택이 자신에게 온 것이다. 

 

시종은 부리나캐 달려 나갔다.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싶었다. 제발… 

시종은 그의 소임을 다했다. 

혹시 여기서 잡혀서 죽을 수도 있었다. 

요람의 신복들이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반역의 앞잡이인 이 시종을 가만 둘 리 만무하다. 

 

2. 왕이 된 예후 

다른 장군들은 갑자기 뛰쳐나와 빨리 사라져가는 시종을 보며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예후가 빨리 나오지 않았다면, 혹시라고 암살 시도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예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봤다. 

“좋은 소식이었소? 그 미친 녀석이 장군께는 무슨 일로 왔었소?” 

예후는 일단 시종의 말을 숨기고 싶었다. 

“장군들께서도 그 사람이 누구고, 그가 쓸데없이 떠들고 간 말이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을 것이라 믿소.”

다른 장군들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전쟁의 중요한 정보였을 수도 있었다. 

전황을 뒤집을 핵심적인 이야기였을 수도 있다. 

예후가 심어 놓은 정보원이었을 수도 있다. 

“슬쩍 넘어가지 마시오. 우리에게 사실을 말해 주시오.” 

예후도 더는 피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주님께서 나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기름 부어 세웠다고 말씀하시었다고 하였소.”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장군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젊은이가 엘리사의 시종이라고 말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아합과 이세벨의 강압 통치에 안그래도 진절머리가 난 상황이었다. 

예후 같은 장군이 왕이 된다면 그동안 전쟁터에서 생사를 함께 했던 자신들을 외면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후는 왕이 될만한 리더십과 성품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다들 공감하는 눈치였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갑옷을 벗고, 웃옷을 벗어 예후의 발 아래에 깔았다. 

병사들이 가지고 있었던 나팔을 가져다가 불면서 이렇게 외쳤다. 

“예후께서 임금님이 되셨다.”

새로운 왕조가 탄생했다. 

하나님이 새로운 왕을 주셨다. 

사울에게 기름을 부으셔서 통일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삼으셨고,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사울 왕을 대체하도로 하셨다.

그 전통이 다시 살아났다. 

예후가 북이스라엘의 새로운 왕이 되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역사에 다시 개입하시기 시작하신 것이다. 

 

 

[오늘의 기도]

사람을 부르셔서 소명을 주시는 하나님, 

그 소명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기억합니다. 

부담되고, 불편하고, 피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당신이 부르신 것이 확실하다면, 용기를 내겠습니다. 

엘리사의 시종이 그랬던 것처럼 죽음을 마다않고 최선을 다해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그런 용기와 힘과 지혜를 공급해주세요. 

 

하나님의 개입을 간절히 구합니다. 

한국의 역사에 개입해주세요. 

세계의 전쟁 가운데 개입해주세요. 

평화의 시대가 오도록 이끌어 주소서.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한반도의 항국적인 평화의 땅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인도해주세요. 

자신의 이익과 분노에 의해 움직이지 말고, 하나님의 뜻에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더 많아지도록 도와 주세요. 

 

설 연휴의 시작입니다. 

너무 풀어지지 않고,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서, 가정과 가족을 섬기도록 이끌어 주세요. 

잘 쉬고, 잘 먹고, 잘 섬기는 하루 하루 되게 해 주세요. 

달리면서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달릴 때 주님을 기억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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