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여는 기도
나의 부르짖음이 주님 앞에 이르게 해주시고, 주님의 말씀으로 나를 깨우쳐 주십시오.
1 새벽에 곧 대제사장들이 장로들과 율법학자들과 더불어 회의를 열었는데 그것은 전체 의회였다. 그들은 예수를 결박하고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겨주었다.
2 그래서 빌라도가 예수께 물었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오?” 그러자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대답하셨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였소.”
3 대제사장들은 여러 가지로 예수를 고발하였다.
4 빌라도는 다시 예수께 물었다. “당신은 아무 답변도 하지 않소? 사람들이 얼마나 여러 가지로 당신을 고발하는지 보시오.”
5 그러나 예수께서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빌라도는 이상하게 여겼다.
ESV
But Jesus made no further answer, so that Pilate was amazed(5절).
[오늘의 묵상]
새벽에 사람들을 모았다.
사실 그 전부터 대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도 밤새 오늘의 모의를 실행하기 위해 깨어 있었다.
대제사장들, 장로들, 율법학자들이 다같이 모여 예수를 죽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었다.
전체 회의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예수를 빌라도에게 넘기자는 것이었다.
그들에겐 사형 집행권이 없었다.
로마의 법 체계에 따라 빌라도 총독에게 넘기는 것이 최선이었다.
여러 기소할 내용들은 이미 마련했다.
거짓 증언을 할 사람들도 확보했다.
아침 일찍 빌라도의 법정에 도착했다.
그도 아침부터 일처리를 하고 있었다.
모두들 참 부지런하다.
빌라도는 유대 지도자들의 기소 내용을 유심히 경청한다.
어떤 죄가 있는지 살핀다.
살인이나 절도, 강도 등의 죄가 있는지, 로마 법에 정한 법률 위반이 있는지, 특히 로마에 대항하는 정치범인지 꼼꼼히 보았다.
유대인들은 예수를 사형에 처해 달라고 요청한다.
사형은 아무나 시킬 수가 없으니 빌라도는 더욱 자세히 문건들을 살펴본다.
그러나 그는 예수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가 없음을 확인한다.
단지 예수가 유대 종교법을 어긴 것처럼 보인다.
로마의 실정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유대인들의 전통을 범한 것으로 보인다.
난감하다.
예수께 묻는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오?”
예수는 이제까지 별로 말이 없다가, 빌라도의 말에 응한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였소.”
이게 무슨 말인가?
그렇다는 뜻인가 아니라는 뜻인가?
당신이 그렇게 말했으니 그 말이 맞다는 뜻인가, 아님 당신이 말한 거지 내가 말한 것이 아니오라는 뜻인가?
애매한 표현이긴 해도, 그간 예수님의 말씀을 보면, 그렇다는 말로 보인다.
대제사장들이 들고 일어난다.
“저 말 꼬락서니를 보십시오. 저자가 유대인의 왕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소이다. 이는 분명히 정치적인 도발이고 반역입니다. 저자에게 사형을 선고하십시오”
많은 사람들이 예수가 유대인의 왕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대기 시작한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대제사장들이 예수의 말 뿐만 아니라 그의 행동과 행적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예수가 진짜 유대인의 왕, 아니 그보다 더 위대한 분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대제사장들은 예수을 죽이기 위해 단순히 종교 율법을 어겼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가 실제 유대인의 왕처럼 행세했다고 주장해야 했고, 자연스레 예수의 행적에 대한 설명과 그에 대한 증인을 세워야 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예수는 병자를 고치고, 귀신을 내쫓고,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공급하고, 연약한 사람들을 회복시키고, 심지어는 바다 잠잠케하고 죽은 자를 살리는 능력을 행한 사람이었던 거다.
예수는 부정하지 않는다.
다 맞는 말이다.
빌라도는 의아하다.
이렇게 멋진 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폭동을 일으키거나 사람들을 규합해서 로마 군대와 전투를 벌인 것도 아니다.
그저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먹을 것을 공급하고 병자들을 치료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형을 시키라고…
예수께 묻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사형시키라고 죄목을 말하고 있는데, 당신의 변론은 무엇이오?”
예수는 잠잠하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증언이 어느 정도 맞아서다.
혹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예수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죽음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터다.
빌라도는 의아했다.
“저들의 말은 거짓입니다. 나는 로마에 대항한 적인 한 번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는데, 전혀 미동이 없다.
그저 하늘을 응시할 뿐이다.
[오늘의 기도]
예수님,
당신의 침묵을 봅니다.
묵묵히 당신의 길을 가시는 모습을 봅니다.
사람들의 고소를 조용히 참아 내십니다.
십자가의 길은 조용히 참는 길입니다.
피곤한 몸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합니다.
몸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주께서 주시는 힘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의 소명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힘을 허락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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