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08일 금요일
여는 기도
내가 주님의 계명을 사모하므로, 입을 벌리고 헐떡입니다.
51 그런데 어떤 젊은이가 맨몸에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이 그를 잡으려고 하니,
52 그는 홑이불을 버리고, 맨몸으로 달아났다.
53 그들은 예수를 대제사장에게로 끌고 갔다. 그러자 대제사장들과 장로들과 율법학자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54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예수를 뒤따라 대제사장의 집 안마당에까지 들어갔다. 그는 하인들과 함께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주석
52절.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의 완전한 붕괴는 벗은 몸으로 도망치는 청년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IVP 비평주석).
53절. ‘대제사장들과 장로들과 율법학자들‘은 이스라엘의 유력한 종교 법정인 공회를 대표하는 세 집단이었다. 이 사건의 경우, 공회의 여러 회원들이 사형에 해당하는 죄라고 주장할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대제사장의 집에서 미리 알리지도 않고 은밀한 밤 모임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임은 여러모로 불법이다(IVP 성경배경주석).
[오늘의 묵상]
많은 학자들은 이 어떤 젊은이는 아마도 마가복음을 쓴 마가라고 생각한다.
예루살렘에 그럴 듯한 집에서 살고 있는 마가.
그의 집 다락방에서는 예수님의 마지막 식사가 있었다.
그는 야심한 시간에 예수님을 따라왔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급하게 나오느라 옷을 다 갖추지 못했다.
집에 있는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님과 제자들을 따라 나섰다.
예수님은 게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셨다.
제자들은 졸기 바빴다.
마가는 그 장면을 봤지만, 그도 피곤하여 졸기 바빴을 것이다.
밤 2-3시쯤이 되었을까.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뭔 일인지 궁금해서 눈이 번쩍 뜨인다.
그리고 최대한 눈을 비벼 그 장면을 바라본다.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잡혀서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가는 뒤에서 예수님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는 예수를 버리지 않았다.
어디로 가시는지 너무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예수님이라면 언제든지 이런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그에게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을 잡기 위해 달려드는 상황에서는 몸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왠만해서는 그냥 이불을 두른 채 도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들이 달려들어 그를 붙잡으려고 하니, 이불을 던져 놓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그는 맨몸으로 집까지 뛰었다.
닭이 울기 전 새벽부터 대제사장과 장로들 율법학자들이 대제사장의 뜰에 모여 있었다.
그들도 잠을 설쳤을 것이다.
예수를 잡아 죽여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이다.
예수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수님은 소명을 받아들이기 위해 밤새 최선의 기도를 드리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 새벽을 깨워 대제사장의 집에 모였다.
이 두 장면이 함께 겹친다.
베드로는 마가보다는 더 멀찍이서 뒤를 밟았다.
예수님이 어디로 가시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단연코 제자들 중에 가장 용기 있는 자라고 할 수 있겠다.
대제사장의 집 안마당까지 들어갈 수 있는 용기가 그에게 있었다.
불을 쬐고 있는 그 집 종들 사이에 들어가 몸도 녹이면서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보를 얻고 싶었다.
좀 전에는 말고의 귀를 잘라버리는 용맹스러움도 드러낸 바 있다.
기회가 된다면 예수님을 꺼내서 탈출을 도모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과연 예수님이 탈출 할 의지가 있는가였다.
그동안 말씀하신 것을 보면 그분에게 의지가 커 보이질 않는다.
탈출할 거였으면, 아까 사람들이 몰려올 때, 유다가 다가 올 때, 베드로가 칼을 뽑았을 때 할 일이었다.
고민이 점점 커진다.
틱틱 소리내며 타오르는 불빛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긴다.
이게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예루살렘에서의 고난과 죽음이라는 건가!
아직도 믿기지 않고 당황스럽지만, 일단 상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예수님은 저항하지 않으셨다.
유대의 지도자들 앞에서도 별 말이 없으셨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라는 식이었다.
그분은 이제 소명을 향해 남아 있는 하루를 이렇게 시작하신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는 어디로 갈까?
다른 제자들처럼 도망칠까, 베드로처럼 멀찍이 따라갈까, 마가처럼 붙어서 따라갈까, 그러나 발각되어 도망갈까, 예수님처럼 말 없이 그 자리를 지킬까…
나는 오늘 어디에 서 있는가?
[오늘의 기도]
사랑하는 주님,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십자가 사건을 묵상하고 상상했습니다.
감격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마 마가 만큼 그 날의 사건들을 생각했던 사람도 드물겁니다.
자신의 홑이불을 내던지고 도망갔던 그 사건 말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죽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죽음을 의지하여 당신의 사랑을 확신합니다.
저 또한 당신이 저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십자가를 통해 확신합니다.
저는 주님을 순간적으로 버리고 떠난다고 해도 주님은 언제나 저를 사랑하십니다.
오늘도 그 믿음과 확신으로 주님께 나아갑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오늘도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들의 성장과 성숙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고 열정과 에너지를 붓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님께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래서 그들의 인생이 주님으로 더욱 반짝거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의 오늘이 더욱 행복해질 것입니다.
주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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