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7월 28일 금요일

 

여는 기도

내가 주님의 법도를 사모합니다. 주님의 의로 내게 새 힘을 주십시오.

 

38 그들이 길을 가다가, 예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마르다라고 하는 여자가 예수를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39 이 여자에게 마리아라고 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 곁에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었다.40 그러나 마르다는 여러 가지 접대하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마르다가 예수께 와서 말하였다. “주님,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십니까? 가서 거들어 주라고 내 동생에게 말씀해 주십시오.”41 그러나 주님께서는 마르다에게 대답하셨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너는 많은 일로 염려하며 들떠 있다.42 그러나 주님의 일은 많지 않거나 하나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 그러니 아무도 그것을 그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NRSV

But the Lord answered her, “Martha, Martha, you are worried and distracted by many things;(41절)

 

주석

39절. 사람들은 보통 의자에 앉거나, 연회 때는 소파에 기대었다. 하지만 제자들은 선생의 발아래 앉았다. 진지한 제자들은 선생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선생이라는 역할은 여자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희생하면서까지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마리아의 자세와 진지함은 대부분의 유대인 남성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IVP 성경배경주석).

 

[오늘의 묵상]

율법학자와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등장한다. 

율법학자는 예수님을 시험하려 했지만, 이들은 예수님을 섬기려고 했다. 

섬김의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봉사다. 

마르다는 봉사로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을 섬겼다. 

집을 오프하고 예수님을 비롯한 제자 일행을 초대했다. 

한 두 명이 아니다. 

많은 인원이 함께 다녔다. 

그들을 다 초대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마르다의 집은 꽤나 부유했을 것이다. 

마르다는 분주했다. 

정신이 없었다. 

음식 준비는 너무 중요한 일이었다. 

행사를 해 본 사람들은 안다. 

행사의 내용보다 사람들은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음식이 행사의 질을 좌우지 한다. 

마르다는 최선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에 반해 마리아는 다른 섬김을 보여준다. 

그것은 예수님께 집중하는 섬김이다. 

예수님 말씀에 집중한다. 

예수님 곁에 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이것도 참 멋진 섬김이다. 

그리고 사랑이다. 

 

나이가 들고보니 사실 마르다의 입장에 더 공감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말씀이라도 밥을 굶고 들을 수는 없는 법이다. 

밥을 먹는다면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마르다는 꼭 필요한 것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마리아에게 자신을 도와달라 예수님께 청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조금 이상한 부분은 마르다가 직접 마리아에게 말하지 않고 예수님께 부탁을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동생은 예수님께 부탁할 것이 아니라 직접 요청하면 될 일이다. 

아마도 마리아가 마르다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을 가능성을 조심히 추측해본다. 

눈치를 주었을 것이다. 

말도 전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꼼짝을 하지 않는다. 

오직 예수님의 발 아래에서 예수님의 말씀 하나하나를 새겨 듣는다. 

마르다는 동생 마리아의 그 행동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기 혼자 준비할 수 있는 음식 분량이었으면 굳이 동생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분주함이었다. 

마리아에게 어느 정도 화가 난 상황이었다. 

 

예수님이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마르다가 너무 분주해서 들떠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상상을 보태면, 마르다는 너무 분주해서 화가 나 있다. 

예수님께 드리는 요청은 부드러운 말투가 아니었다. 

맘 속에 화가 있다. 

예수님은 그 분주함, 들떠있음, 그리고 화를 가라앉히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는 것 같다. 

음식의 퀄리티도 그리고 시간도 너무 완벽하게 맞출 필요는 없다.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 부족하게 준비하면 된다. 

그럼 분주할 일도 줄고 맘 속에 원망과 분노도 줄어든다. 

자기 기준에 맞추려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예수님, 그리고 제자들의 하나됨이다. 

분주함, 원망, 분노로 더 중요한 것을 잃지 마라. 

 

[오늘의 기도]

제자들의 하나됨을 귀히 여기시는 예수님, 

일도 중요하고 밥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 앞에서, 예수님 안에서 제자들이 하나되는 것입니다. 

서로의 기준을 앞세우지 않고 예수님께 초점을 맞춥니다. 

예수님의 타임 라인에 조정합니다.   

예수님의 기준에 맞춥니다. 

 

예수님, 

주님의 제자들을 하나되게 해 주세요. 

서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 

그 하나됨으로 예수님을 빛나게 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23년 05월 11일 목요일

 

여는 기도

주님, 힘을 떨치시면서 일어나 주십시오. 우리가 주님의 힘을 기리며, 노래하겠습니다.

 

1 그 때에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칙령을 내려 온 세계가 호적 등록을 하게 되었는데,  2 이 첫 번째 호적 등록은 구레뇨가 시리아의 총독으로 있을 때에 시행한 것이다.

3 모든 사람이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고향으로 갔다.

 4 요셉은 다윗 가문의 자손이므로, 갈릴리의 나사렛 동네에서 유대에 있는 베들레헴이라는 다윗의 동네로, 5 자기의 약혼자인 마리아와 함께 등록하러 올라갔다. 그 때에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는데, 6 그들이 거기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 마리아가 해산할 날이 되었다. 7 마리아가 첫 아들을 낳아서,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눕혀 두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석

아우구스투스 황제(1절) 아우구스투스는 자기가 온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안겨주었다고 선포했고, 자신을 “신의 아들”로 칭했다(모든 사람을 위한 누가복음). 

 

호적 등록(1절) 아우구스투스의 재위 기간 동안 로마인들은 과세를 목적으로 새로 인구 조사를 실시하였다(IVP 성경주석)

 

구유(7절) 예수님은 일반 관행대로 강보에 싸여서 “구유”, 아마 여물통에 뉘였을 것이다(IVP 성경비평주석).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세금을 걷을 목적으로 호적 등록을 명령합니다(1-3절). 이로 인해 다윗 가문의 요셉 역시 약혼자인 마리아와 함께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갑니다(4-5절). 임신 중이었던 마리아는 이 고된 여정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6-7절). 이 아이는 포대기에 싸여 여물통에 놓입니다(7절). 이것이 온 세상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입니다.

 

다윗의 왕위에 앉아 야곱의 집과 나라를 영원히 다스릴 왕이 나셨습니다(1:32-33). 왕이라면 크고 화려한 성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태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자신의 아들을 베들레헴의 한 작은 여물통에 누이십니다(7절). 예수님은 로마 황제처럼 백성 위에 군림하는 왕이 아닌, 자신의 낮아짐으로 온 세상 모든 피조물을 구원하는 왕이 되실 것입니다. 예수님의 지극히 낮아지심이 내게 어떻게 다가옵니까? 예수님의 겸손과 섬김을 닮아가는 하루를 보냅시다.

 

[오늘의 묵상]

요셉과 마리아는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나사렛에서 베들레헴까지 가야만 했다. 

그 상황을 생각하면 참 답답해진다. 

최대한 안정을 취해야 함에도 어쩔 수 없이 긴 여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임신을 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몸과 마음이 크게 바뀐다. 

더 예민해지고, 입덧도 하게 되고, 더 많이 피곤하다. 

게다가 상황을 보아하니, 베들레헴으로 갔던 시기가 임신 말기다. 

베들레헴에서 아기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배가 나온 상황에서 여행을 시작했다는 말인데, 이것 참 답이 없다. 

장거리 여행을 배가 불쑥 튀어 나온 임산부가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요셉도 그렇고 마리아도 그렇고 참 대단해 보인다. 

아니, 그런 사람들 모두를 고향으로 보낸 아우구스투스 권력의 무서움인가. 

 

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몰려온다. 

요셉과 마리아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제일 컸을 것이다. 

물론 남자와 성관계를 맺지 않았던 마리아의 몸에 잉태된 아기는 예사롭지 않다. 

사도신경으로 외우는 바, 성령님으로 잉태되었다. 

그러기에 두 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나는 확신이다. 

하나님이 이 아기와 자신을 지켜주실 것이라는 확신과 안정감이다. 

다른 하나는 부담이다. 

자기가 이 아이를 잘 지켜야 한다는 부담과 걱정이다. 

이 둘의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하루 하루 여행을 했을 것이다. 

동물을 타고 여행하든지, 걸어서 여행을 하든지 불편한 것은 매한가지다. 

 

최근에 열심히 걷고 있다. 

힘에 부치더라도 걷기를 통해 잘 안 쓰던 근육들을 다시 깨운다. 

걷는 중에 방송도 듣지만, 기도의 시간도 늘어난다. 

공동체를 위한 기도, 주변 사람들을 위한 기도. 

나를 위한 기도, 가족을 위한 기도. 

할 일이 많고, 그래서 내 한계를 느끼고 있다면, 방법은 하나다. 

기도를 통해 주님의 능력을 경험하는 것. 

걷기는 여행의 기본이다. 

빨리 걷는 것은 몸에 좋다. 

천천히 걷는 것은 몸과 영혼에 좋다.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나와 하나님과 주변 사람들과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해서… 

걱정이 왜 없겠는가! 

마리아와 요셉도 여행하면서 걸으면서 그 수많은 생각들을 하나님께로 가져가지 않았을까?

자신들의 미래, 아이의 미래… 

 

뭔가 집중력있게 멋지게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말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다. 

말도 어눌하고, 생각은 세련되지 못하다. 

부족한 것 투성이다. 

비교하지 않아야 하지만, 때로 비교되는 것이 사실이다. 

숨고 싶다. 

걷는 중에 이런 생각들이 올라온다. 

피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런 생각에 파묻히고 싶지도 않다. 

 

태아 예수를 품은 마리아처럼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내가 예수님 안에 거하듯, 예수님도 내 안에 거한다. 

내 육체와 마음에 예수님이 계신다. 

어디를 가든 확신과 부담이 공존한다. 

그분이 내 안에 있기에 드는 확신, 그분이 내 안에 있기에 품어야할 부담. 

이 둘 다 안고 오늘도 걷는다. 

나의 미래, 공동체의 미래를 내 안에 계신 그분께 건다. 

내 부족함도 한계도 그분께 맡긴다. 

 

[오늘의 기도]

제 안에 계신 예수님, 

주님의 임재를 더 깊이 인식하게 하소서. 

연약함과 부족함을 주님께 고백하고 맡겨드립니다. 

주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파르르 떨리는 풀잎 같은 연약한 성정임에도 주님 덕분에 감당합니다. 

비교 의식을 버리고 오직 주님만 바라보게 하소서. 

 

몸이 아픈 사람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 

이들을 돌보소서. 

험난한 여행길, 나사렛에서 베들레헴까지 가는 그 여정 속에 함께 해 주세요. 

멈춰 쉴 때 회복이 되게 하시고,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을 공급해 주세요. 

 

세계 곳곳에 총성과 미사일 폭발음이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도와주소서. 

그리고 어서 오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23년 05월 04일 목요일

 

여는 기도

주님, 힘을 떨치시면서 일어나 주십시오. 우리가 주님의 힘을 기리며, 노래하겠습니다.

 

26 그 뒤로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하나님께서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 동네로 보내시어, 27 다윗의 가문에 속한 요셉이라는 남자와 약혼한 처녀에게 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안으로 들어가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기뻐하여라, 은혜를 입은 자야,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하신다.” 29 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몹시 놀라,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궁금히 여겼다. 30 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마리아야, 그대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 31 보아라, 그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32 그는 위대하게 되고, 더없이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주 하나님께서 그에게 그의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실 것이다. 33 그는 영원히 야곱의 집을 다스리고, 그의 나라는 무궁할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였다.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이 그대에게 임하시고, 더없이 높으신 분의 능력이 그대를 감싸 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한 분이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보아라, 그대의 친척 엘리사벳도 늙어서 임신하였다. 임신하지 못하는 여자라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벌써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나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나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ESV

And Mary said, “Behold, I am the servant of the Lord; let it be to me according to your word.” And the angel departed from her(38절).

 

주석

그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31절) 예수라는 이름은 히브리어로 ‘여호수아’와 같은 말로서 ‘구원자’를 뜻한다(IVP 성경주석).

 

마리아의 나이(34절) 마리아는 여자인 동시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어린 사람(아마도 열두 살 혹은 열네 살)이었으므로, 사실상 아무런 사회적 지위도 없었다(IVP 성경배경주석).

 

마리아의 반응(38절) 마리아는 사가랴가 염려했던 의심의 그 어떤 흔적도 없이 약속을 담담히 받아들인다(IVP 성경주석).

 

하나님의 기쁜 소식이 이번에는 나사렛이라는 작은 마을의 한 소녀를 향합니다. 그의 이름은 마리아로 다윗 가문의 요셉과 약혼한 자입니다(26-27절). 천사는 마리아가 하나님의 은혜로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며(30-31절), 그가 장차 다윗의 왕위에 올라 그 백성을 다스릴 ‘구원자’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31-33절). 마리아는 믿기 어려웠지만(34절), “하나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라는 천사의 말을 듣고 그 말씀을 자신의 삶에 받아들입니다(37-38절).

 

천사가 전한 소식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하나님의 말씀이 자신에게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38절). 이스라엘과 온 세상의 구원자가 오신다는 기쁜 소식은 자신의 삶을 내어드릴 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기쁜 소식은 많은 대가가 따르고 때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삶을 내어 드릴만 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복음에 헌신하며 살아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오늘의 묵상]

마리아가 사는 곳은 나사렛이다. 

나사렛은 그렇게 유명한 동네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수님의 제자 중 하나였던 나다나엘이 예수님에 대해 처음 소개받을 때,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사람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었다. 

지역을 봐도 그렇다. 

갈릴리 호수 주변에는 많은 마을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 쪽에 몰려 살았다. 

강이 있고 호수가 있다면 당연히 사람들이 모인다. 

허나 나사렛은 분지 지형이다. 

인구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예루살렘이나 여리고 가버나움 같은 마을들은 유명했었다. 

그러나 나사렛은 작은 촌동네라고 볼 수 있겠다. 

 

작은 마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마을, 그곳에 나이 어린 처녀가 살았다. 

그녀는 친척이었던 엘리사벳과 사가랴의 삶과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엘기사벳과 사가랴는 율법을 잘 지키고 신실하던 분이었다. 

당대에 의인이라고 불릴만큼 하나님에 대해서도 열심이었고, 율법 준수에도 최선을 다했다. 

율법의 큰 정신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깨닫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금식과 구제에 힘썼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의인이라는 칭호를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율법을 지식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바리새인 같은 사람들이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다. 

율법에 대한 지식이 높고, 경건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을 의인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의인은 율법의 세부 조항을 지키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본래의 뜻을 따라 실천했고,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녹였다. 

마리아는 의인을 친척으로 두었고, 그들의 삶을 눈여겨 보았을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엘리사벳의 임신 소식에 마리아도 깜짝 놀랐다. 

나이가 많아 그분들에게서는 태어나는 아이를 볼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마리아는 임신 소식을 신비롭게 여겼으며, 특히 사가랴 삼촌이 저렇게 말을 못한다는 것이 정말 의아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천사 가브리엘이 자신을 찾아왔다. 

그저 집안 어른들에 의해 약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남자와 성관계를 맺지 않은 처녀의 몸에 아기가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듣기만 해도 어리둥절이다. 

이게 과연 축복인가? 기쁜 소식인가? 머리가 복잡해진다. 

최근의 사가랴에게 있었던 일을 어느정도 듣고 알았던 마리아 입장에서는 그저 환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이 예언이 사실이라면, 과연 결혼을 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파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약혼자인 요셉은 과연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다윗의 뒤를 잇는 영원한 왕으로 태어난다는 건데, 그렇다면 이스라엘을 로마로부터 독립시키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온다는 이런 스토리 속에 주인공이 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정신이 혼미하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어떻게 기를 수 있는가? 

잘 기를 자신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마리아는 믿음의 반응을 보인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나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나이는 어리지만, 도리어 굳은 믿음을 보여준다. 

주님의 종이다. 

주님께서 이루시고자 하시면 그 일은 이뤄지는 것이다. 

누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것을 어찌 인간이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고, 나의 욕망과 열정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분의 뜻이 우선이다. 

마리아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았고, 정말 믿기 힘든 예언이지만, 믿음으로 반응했다. 

 

내게는 두 가지 마음이 든다. 

하나는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다른 하나는 숨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하나님께 멋지게 쓰임받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사가랴나 마리아처럼 신비경험도 많이 하고 싶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하나님과 사람들로부터 주목받고 싶다. 

하지만, 다른 한 켠에는 숨고 싶은 마음도 있다. 

자꾸 신비경험에 노출되면 그 경험이 가져다 주는 삶의 방향을 따라가야 하는데,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고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가? 

그저 일상을 편하게 누리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소명이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어려운 길이라도 가는 거고, 

지금 이 상태를 잘 유지하라고 하시면 크게 변화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다. 

억지로 할 수 없다. 

가브리엘이 나타나야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내가 억지로 주인공이라고 주장해 봐야 정신 승리일 뿐이고, 자의식의 과잉일 뿐이다. 

불러주셔야 가능하다.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은 20-30대에 나의 마음 속 열망을 가득 채우던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다. 

주인공을 한 켠에서 바라보는 관객도 나쁘지 않다. 

주인공의 분장사도 괜찮다. 

굳이 무대에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작은 기여라도 하면 그것도 만족한다. 

그러나 만약 하나님이 불러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도 한다. 

모르는 일이다. 

무슨 일로 불러주실지, 무슨 일을 감행하게 하실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막연하게 변화의 때가 가깝다는 느낌은 든다. 

광야로 나가야 한다. 

오직 그분의 뜻만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필요하다. 

내 욕망이 아니라, 내 지식이 아니라, 그분의 뜻이 더욱 밝게 빛나는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 

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거나 생각을 더욱 분명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지 살필 때이다.

 

 

[오늘의 기도]

나사렛 작은 마을, 마리아를 불러 주신 하나님, 

그에게 인류 최대의 축복을 부어주신 하나님, 

당신의 계획을 신뢰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든, 조연이 되든, 분장사가 되든, 카메라 맨이 되든… 

주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고 싶습니다. 

제게 주신 꿈을 향해 전진하고 싶습니다. 

치어리더가 되라고 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누군가를 더욱 빛나게 하는 사람이 되라 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주님, 저를 불러 주시고 말씀해주세요. 

당신의 뜻과 계획을 알려주세요. 

순종하는 삶을 살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