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5월 03일 수요일

여는 기도

나의 힘이신 주님, 내가 주님을 사랑합니다.

 

18 사가랴가 천사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그것을 알겠습니까? 나는 늙은 사람이요, 내 아내도 나이가 많으니 말입니다.” 19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가브리엘인데, 나는 네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해 주려고 보내심을 받았다. 20 보아라, 그 때가 되면 다 이루어질 내 말을 네가 믿지 않았으므로, 이 일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서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21 백성이 사가랴를 기다리는데, 그가 성소 안에서 너무도 오래 지체하므로,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22 그런데 그가 나와서도 말을 못하니까, 사람들은 그가 성소 안에서 환상을 본 줄로 알았다. 사가랴는 그들에게 손짓만 할 뿐이요, 그냥 말을 못하는 채로 있었다. 23 사가랴는 제사 당번 기간이 끝난 뒤에 집으로 돌아갔다. 

 

24 그 뒤에 얼마 지나서, 그의 아내 엘리사벳이 임신하고, 다섯 달 동안 숨어 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25 “주님께서 나를 돌아보셔서 사람들에게 당하는 내 부끄러움을 없이해 주시던 날에 나에게 이런 일을 베풀어 주셨다.”

 

ESV

“Thus the Lord has done for me in the days when he looked on me, to take away my reproach among people”(25절).

 

사가랴가 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18절) 하나님은 엘리사벳에게 아이를 주십니다(24절). 하나님이 부끄러움에 처한 그들을 돌아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25절). 사가랴는 그의 믿지 않음으로 인해 말을 못 하게 됩니다(20절). 임신한 엘리사벳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사라지게 해주신 하나님을 기억합니다(25절).

 

하나님은 오래전 메소포타미아의 한 노부부에게 ‘땅에 사는 모든 민족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받을 것’(창 12:3)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이제 그 약속은 사가랴와 엘리사벳에게로 이어집니다. 의로운 삶에도 불구하고 불임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수치를 당했던 노부부는 이제 하나님의 기쁜 소식을 준비하는 자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19절). 하나님은 임신할 수 없는 노부부를 통해 구원의 기쁜 소식을 시작하십니다. 우리는 때로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동참하기 위해서 대단한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낮은 자들을 통해 일하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격이 아닌 하나님의 긍휼입니다.

 

[오늘의 묵상]

참 이상하다. 

오늘따라 너무 오래 걸린다. 

밖에서 기다리던 동료 제사장들이나 제사를 드리러 온 사람들 입장에서 너무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성소에 들어가 이렇게 오랫동안 제사를 지낸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가끔 정말 나이든 제사장이 움직임이 느려서 천천히 제사를 드렸던 적은 있었으나, 그래도 이렇게 늦지는 않았었다. 

주변의 백성들도 의아해 한다. 

웅성웅성 저마다 걱정과 추정을 하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생겼을지 서로 묻는다. 

동료 제사장들은 사가랴를 조용히 불러보기도 한다. 

불러도 응답은 없다. 

뭔가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는 분명치 않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사가랴가 나온다. 

그런데 그의 행동이 또 이상하다. 

정신이 나간 것 같다. 

말을 못한다. 

눈빛은 맑은데, 초점은 흐리다. 

뭔가 생각이 깊은 표정이다. 

이리저리 손짓으로 성소 밖에서 행할 예식을 진행한다. 

저정도면 십중팔구 성소 안에서 어떤 환상을 보았거나 계시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집례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동료들이 몰려들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 

허나 답할 수가 없다. 말을 못한다. 

글을 쓰려고 하나, 전체를 다 쓰기도 어렵다. 

그래도 친한 친구 제사장에게는 가능하면 자세하게 알려주려고 글을 썼다.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 다 늙은 우리 가정에 아들을 주겠다는 내용을 알려주었다. 

친구도 깜짝 놀란다. 

나이가 많았다. 

임신, 출산은 포기한 지 이미 오래다. 

그저 이렇게 해야 할 역할을 하며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이 태어난다는 수태고지를 받은 것이다. 

그냥 잠자다가 꿈을 꾼 것이 아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리고 지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말을 못하는 것이 도리어 증거가 된다. 

가브리엘 천사의 말은 진실이고 말에 능력도 있음을 말 못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증명한다. 

아내 엘리사벳에게도 이 내용을 글로 전달한다. 

그리고 정말 가브리엘 말이 맞는지, 부부관계를 맺는다. 

반신반의. 

하지만 성경에는 이런 예가 없지 않다. 

늙어서 아기를 낳는 경우가 아브라함에게도 있었던 일이며, 그 때에도 천사의 수태고지가 있었지 않았나! 

감히 아브라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얼토당토 않다고 여기지만, 그래도 그 이야기의 흐름이 유사하다. 

그렇게 몇 개월에 걸친 노력이 있었다. 

말을 못하는 자신을 볼 때마다, 가브리엘의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드디어 아내가 임신했음을 확인한다. 

기쁨과 감탄이 터져 나온다. 

성경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자신의 삶에 적용된다. 

 

엘리사벳이 다섯 달동안 숨어 지냈다는 성경 저자의 표현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왜 숨어 지냈을까? 

나이들어 임신한 것이 부끄러웠던 것인가?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나이들어 임신한 것을 사람들이 알면, 이상하게 여길 것이고, 수군댈 가능성이 있고, 엘리사벳과 사가랴의 사역에 어려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일까? 

이 부부는 오랫동안 자녀 없이 하나님의 계명을 준수하고, 금식하고, 구제하고, 의인의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임신을 했으니, 많은 활동에 제약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고, 일단 그런 활동을 쉬면서 건강을 살피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늦은 나이의 임신은 건강에 위험할 수도 있다. 

여튼 사회적 활동을 줄이고 건강에 신경 쓰면서 조용히 기도생활에만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가랴는 임신 소식을 듣고는 그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가브리엘의 말은 진실이었다. 

천사의 예언에 따르면, 이 아이는 뱃속에서부터 성령님으로 충만하다. 

엘리야의 능력과 심력으로 이스라엘 백성에게 구원의 길을 알려준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갈 계기를 만들어 준다. 

이런 일의 시작이 바로 이 아이를 통해서이다. 

기도 할 때마다 이 예언의 말씀에 기분이 들뜬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할 때마다 감사와 찬양이 넘친다. 

하나님이 드디어 이스라엘을 로마 제국으로부터 구원하신다. 

과거 이집트로부터 구출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의 구원이 임했다. 

 

한국 교회와 우리 공동체에 이런 징표가 나타나길 기도한다. 

하나님의 역사가 더 강하게 나타나길 기도한다. 

변방의 작은 공동체로부터 징표가 나타나길. 

애즈베리 대학교의 기도운동이 반향을 일으키듯, 

한국에서, IVF에서, 송죽교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길 소망한다. 

올해 열리는 전국 수련회가 이런 역사적 통로가 되길 고대한다. 

 

사가랴의 기다림을 마음과 몸에 새긴다. 

오늘도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한다. 

 

[오늘의 기도]

사가랴에게 말씀하신 하나님, 

저에게도 말씀하옵소서. 

연약하고 부족한 것 투성이입니다. 

하나님의 더 깊은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우소서. 

주님의 일하심을 배우길 원합니다. 

주님의 역사하심의 증거를 보길 원합니다. 

때를 기다립니다. 

오 주님, 주께서 일하시는 곳에 가길 원합니다. 

주께서 관심을 갖고 성령님을 부어주시는 곳에 있길 원합니다. 

사람들이 하나님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하고, 

그 갈망이 현실에 적용되기를 바라는 열망으로 가득하고, 

그 갈망과 열망이 자연스레 표출되는 공간. 

성령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공간으로 초대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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