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하 7:3-11_한센병 환자 네 사람
2024년 02월 01일 목요일
여는 기도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3 그 무렵에 나병 환자 네 사람이 성문 어귀에 있었는데, 그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우리가 어찌하여 여기에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겠느냐?4 성 안으로 들어가 봐도 성 안에는 기근이 심하니, 먹지 못하여 죽을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여기에 그대로 앉아 있어 봐도 죽을 것이 뻔하다. 그러니 차라리 시리아 사람의 진으로 들어가서 항복하자. 그래서 그들이 우리를 살려 주면 사는 것이고, 우리를 죽이면 죽는 것이다.”
5 그리하여 그들은 황혼 무렵에 일어나서 시리아 진으로 들어갔는데, 시리아 진의 끝까지 가 보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곳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6 주님께서 시리아 진의 군인들에게, 병거 소리와 군마 소리와 큰 군대가 쳐들어오는 소리를 듣게 하셨기 때문에, 시리아 군인들은, 이스라엘 왕이 그들과 싸우려고, 헷 족속의 왕들과 이집트의 왕들을 고용하여 자기들에게 쳐들어온다고 생각하고는,7 황혼녘에 일어나서, 장막과 군마와 나귀들을 모두 진에 그대로 남겨 놓은 채, 목숨을 건지려고 도망하였던 것이다.
8 이들 나병 환자들이 적진의 끝까지 갔다가, 한 장막 안으로 들어가서 먹고 마신 뒤에, 은과 금과 옷을 가지고 나와서 숨겨 두고는, 또 다른 장막으로 들어가서 거기에서도 물건을 가지고 나와, 그것도 역시 숨겨 두었다.
9 그런 다음에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오늘은 좋은 소식을 전하는 날이다. 이것을 전하지 않고 내일 아침 해 뜰 때까지 기다린다면, 벌이 오히려 우리에게 내릴 것이다. 그러니 이제 왕궁으로 가서, 이것을 알리도록 하자.”10 그리하여 그들은 성으로 돌아와, 문지기들을 불러서 알려 주었다. “우리들은 지금 시리아 진에서 오는 길인데, 그 곳엔 사람은커녕 인기척도 없으며, 다만 말과 나귀만 묶여 있을 뿐, 장막도 버려진 채 그대로 있습니다.”11 이 말을 들은 성문지기들은 기뻐 소리치며, 왕궁에 이 사실을 보고하였다.
[오늘의 묵상]
1. 절박함
나병 환자 네 사람은 죽을 목숨이었다.
전쟁 통에 공동체와도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의 생명이야 더할 나위 없이 취약했다.
원래부터 나병 환자들은 그들끼리 따로 지내야했다.
전쟁 때문에 먹을 것이 없었다.
성안 사람들도 굶어 죽을 판인데, 밖에 있는 사람들까지 챙길 리 만무하다.
성 밖이라도 시리아 군인들 때문에 함부로 돌아다닐 상황도 아니다.
성문 어귀에 앉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죽기만을 기다리게 된 자신들의 상황이 정말 절망적었는지, 차라리 시리아 군대에 항복하기로 결정한다.
어차피 죽을 것,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리아 사람들에게 갔다.
절박함이 그들을 이끌었다.
구원을 위한 그들의 최후의 발악은 투항하는 것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황혼 무렵에 시리아 군대의 진영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왠일인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사람만 없다. 가축과 먹을 것, 귀중품만 있고 군인들은 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2. 환청
황혼 무렵, 사마리아 성으로부터 엄청난 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병거 소리와 말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야말로 대 혼란이다.
지휘관들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사마리아에 이렇게 큰 소리로 이동시킬 군대가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수많은 정탐을 통해 성 내 군사들의 행동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시리아 입장에서는 이스라엘 군대만으로는 이런 큰 소리를 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원군이 온 것이다.
헷과 이집트에서 수많은 군대가 온 것이다.
아니 그렇게 들은 것이다.
환청이었다.
집단적인 환청에 사로잡혔다.
지난 번에는 눈이 멀었었는데, 이번에는 귀가 잘 못되었다.
감각 기간이 단체로 오작동을 일으켰다.
아마 이번에도 엘리사의 눈에는 하늘의 군대가 보였을 것이다.
시리아 군대가 들었던 엄청난 군대 소리는 하늘의 군대 소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참 재밌는 것은, 나병 환자들(메쪼라임)의 발자국 소리를 헷과 이집트(미쯔라임)의 행군소리로 착각한 것이다.
나병 환자들과 하늘의 군대가 함께 시리아 진영으로 다가갔던 것이다.
3. 복음
나병 환자들은 자신들을 성문 어귀에 방치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해 복음의 소식을 전한다.
이 소식은 생명의 소식이다.
더는 굶지 않아도 된다.
아사 직전의 성은 이제 새로운 활기를 띨 수 있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부활한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도마처럼 말이다.
상식적인 사람들은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성문지기들은 일단 자신들이 들은 말을 왕궁에 알렸다.
아마도 왕궁에서는 이 말이 사실인지 알기 위해 사람을 파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 말이 사실임을 알고 큰 잔치를 열었을 것이다.
나병 환자들은 그들의 영웅이 되었다.
나병 환자들이 뭔가를 한 것은 별로 없다.
그저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복음의 소식은 그렇다.
우리가 뭔가를 크게 한 것은 없다.
삼위 하나님이 하셨다.
그 소식을 죽음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 뿐이다.
혹자는 이 나병 환자 중 한 명이 바로 엘리사의 시종이었던 게하시라고도 한다.
시리아 장군 나아만에게 선물을 요구했던 그는 엘리사의 저주로 나병이 생겼고, 사마리아 성의 다른 나병 환자들과 함께 지냈단다.
그러다 이런 놀라운 소식을 전하는 복음의 전달자가 된 것이다.
비록 자신의 실수와 불가피한 전쟁 상황으로 최악을 경험했지만, 그 속에서도 게하시는 결국 하나님의 구원 소식을 전하는 자로 다시 회복될 수 있었다.
나병 환자들을 통해서도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약한 자, 부족한 자들을 통해서도 하나님은 사람들을 구원하실 수 있다.
오늘 우리 공동체를 통해서 하나님의 구원의 소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소망한다.
연약함, 부족함,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복음의 소식이 흘러가길 소망한다.
[오늘의 기도]
연약한 자를 사용하시는 주님,
저의 연약함에도 저를 사용하여 주소서.
저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의 소식이 흘러가게 하소서.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더 많이 흘려 보내고 알리는 사람이 되길 소망합니다.
좋은 공동체와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너무 중요합니다.
그러나 저는 복음 전파의 시급성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하나님이 구원하셨다는 소식을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더 빨리 누군가에게 전해야 합니다.
이 시급성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일상을 중시하는 영성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죽음의 위협 속에서 아사 직전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구원 소식을 알리는 일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주님, 저와 우리 공동체에 때를 놓치지 않는 지혜와 결단력을 허락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